이탈리아 침몰 유람선서 24시간만에 구조 한기석·정혜진 신혼 부부
"살아날 수만 있다면 평생 더욱 사랑하고 아껴주자고 두 손을 꼭 잡고 맹세했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스카나 제도의 질리오섬 인근에서 침몰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한국인 신혼 부부 한기석(29.중학교 교사) 정혜진(29.고교 교사) 씨는 1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사고 선박의 선체 아래쪽 선실에 24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구조됐다. 두 사람은 로마의 호텔에서 하루이틀 머문뒤 귀국할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현재 건강 상태는. "특별한 문제는 없다. 병원에서도 그렇게 진단받았다. 팔과 다리에 찰과상을 좀 입었을 뿐이다." - 탈출하지 못하고 배 안에 갖히게 된 이유는. "저녁 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 배가 많이 흔들리고 소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유람선 여행이 처음이라서 원래 그런 줄 알았다." - 배의 선원이 탈출을 유도하지는 않았나. "누군가 객실로 들어와 뭔가 말을 하고 간 기억은 있다. 잠결이라서 방을 잘못 찾은 사람인 줄 알았다." - 배 안이 어둡지는 않았나. "낮에는 한켠에서 가느다란 불 빛이 들어와서 아주 어둡지는 않았다. 그러다 저녁이 되니 칠흙같이 어두워졌다. " - 구조 경위는. "휴대 전화로 확인한 시간으로 자정 무렵에 밖에서 배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듣고 우리가 안에 있는 것을 밖에서도 알게된 것으로 여겨졌다. 몇 군데에서 구멍을 뚫는 작업이 진행되더니 서너시간 뒤에 구조대가 들어와 우리를 배 밖으로 인도했다." - 두 사람이 24시간 이상 갖혀있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는 배가 가라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서로 작별인사까지 했다. 그러다 배가 더이상 기울지는 않아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침몰 유람선 선장 체포 최소 3명 사망·17명 실종 13일 오후 9시(현지시간)쯤 승객과 선원 4229명을 태운 이탈리아 호화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가 지중해에서 전복됐다.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52)와 선원들은 승객들이 배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배를 포기하고 먼저 대피한 것으로 드러나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됐다. 유람선에는 승객 3216명과 선원 1013명이 승선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최소 3명이 숨졌고 17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40여 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은 위중하다. 배에는 승무원 2명을 포함해 34명의 한국인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고 외교통상부는 밝혔다. 런던=이상언 특파원